LG 초단초점 프로젝터를 사용한 지 벌써 1년이 넘었다. 원래도 프로젝터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집을 이사하면서 10년 동안 써온 프로젝터를 업그레이드하기로 했다. 그렇게 1년 동안 꾸준히 사용을 하고 있고, 그동안 느꼈던 장, 단점에 대해서 얘기해보려 한다.
나는 대학교 때 자취를 하면서부터 프로젝터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당시 몇년간 모은 돈으로 170만 원 정도 하는 프로젝터를 질렀다. 어려서부터 영화를 좋아했고, 집에 홈시어터 전용 룸을 만드는 게 꿈이었기 때문에 학생 입장에서 엄청난 거금이었지만 큰 망설임 없이 구입했다. 당시에 친구들은 미쳤다고 뭐라고 하기도 했는데, 니들 1년 담배값이면 이거 사.라는 말에 조용~해졌다 ㅎㅎㅎ 그 후에 자취방 놀러 와서 보고는 하나같이 나중에 자기들도 사고 싶다고 했고, 결국 내 자취방은 국가 대표 축구 경기나 야구 경기가 있는 날이면 다 같이 모여서 경기 보는 아지트가 되었다. 당시에 106인치로 사용했으니 웬만한 술집보다 훨씬 나았으니까 ㅋㅋㅋㅋ
나의 첫 프로젝터는 자취방에서 시작해서 본가를 거쳐서 다시 자취방으로 갔다가 신혼집에까지 와서 정말 10년간 열 일 해줬다.
그리고 이사를 하면서 드디어 프로젝터를 업그레이드하기로 했는데 결정한 제품은 LG의 초단초점 프로젝터 HU85LA였다.
시장에는 정말 다양한 가격대의 다양한 성능의 제품이 있음에도 이 제품으로 한 번에 결정한 이유가 있었다.
우리집은 ONLY 프로젝터만 있다. TV가 아예 없고, 산 적도 없다. 이 번에는 프로젝터 대신 85인치 TV로 갈까 하는 고민도 꽤 오래 하긴 했는데 기존에 95인치 스크린도 아쉽다 한 마당에 더 줄여서 85인치로 가서 만족할 자신이 없었다. 결국 다시 프로젝터를 구입하기로 했다. 사실 TV를 고민했던 이유는 시청환경 때문이었다. 프로젝터는 그 특성상 어두운 환경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 조금의 불빛만 있어도 화질이 급격하게 떨어지기 때문에 불을 끈 상태에서만 원활하게 사용이 가능하다. 그래서 예전 신혼집도 프로젝터 있는 방은 암막 커튼으로 막아뒀고, 지금 집도 전체 창문에 암막커튼을 달아놓았다. 우리는 TV가 없기 때문에 예능도 이걸로 보고, 게임도 이걸로 하고, 영화도 이걸로 보니까 집에 와서는 맨날 어두운 동굴 속에서 생활하는 기분이었다. 가벼운 예능 같은 건 야식 같은 거 만들어서 먹으면서 보고 싶은데 불을 켜면 화면이 안 보이고, 불을 끄면 음식이 안 보였다. 솔직히 안 보이진 않았지만 영상의 불빛으로만 보니까 잘 안 보이기도 하고, 뭔가 먹는 기분도 잘 안 났다. 결국 먹는 걸 포기하던지 화면을 포기하고 스탠드라도 켜고 보던지 양자택일의 나날이었다. 하지만 와이프가 임신하고 이사를 결정하면서 더 이상 이런 생활은 할 수가 없었다. 우리야 어른이니까 어두운 환경에서 생활하는 건 그냥 우리의 선택일 뿐이었는데 태어날 아이까지 이렇게 어두운 환경에서 자라게 하는 건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밝은 환경에서 사용이 가능하면서 100인치 이상의 대화면을 제공해줄 수 있는 것은? LG HU85LA 밖에 답이 없었다. 물론 지금은 삼성에서 프리미어7, 9이 출시되었지만 내가 구입할 당시에는 출시 루머만 있었고, 정확한 발매 날짜나 제품 공개도 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 선택지는 HU85LA밖에 없었다.
1. 장점
1. 밝은 환경에서 사용 가능
- 위에서 언급한 대로 밝은 환경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물론 무조건 다 되는 건 아니고, 전용스크린을 사용해줘야만 한다. 전용 스크린 없이 일반 스크린이나 벽에 투사할 경우에 밝은 환경에서는 일반 프로젝터랑 큰 차이가 없다. 나는 당연히 전용 스크린까지 구입을 했고, 아주 만족스럽게 사용하고 있다. 위에 사진에서 가운데 사진이 핵심인데 조명을 모두 켠 상태에서도 저 정도로 시청이 가능하다. 물론 화질까지 완벽하게 선명하지는 않지만 같은 환경에서 일반 프로젝터라면 그냥 흰 화면만 보일 정도로 아예 시청이 불가능하다.
2. 투사 방식
- 초단초점 프로젝터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밝은 환경에서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중요했던 게 투사 방식이었다. 일반적인 프로젝터의 경우 뒤에서 쏘기 때문에 스크린과 프로젝터 사이에서 움직이면 화면에 그림자가 진다. 그리고 무심코 뒤를 돌아봤다간 프로젝터에 눈뽕을 직방으로 당하게 된다. 특히나 아직 어려서 잘 모르는 아이가 이런 걸 조심 할리 없으니 애초에 일반 프로젝터는 살 수가 없었다. 그래서 초단초점을 선택한 결과 아주 만족스럽다. 특히 눈뽕에서 자유로워진 부분도 그렇고, 그림자 부분도 생각보다 아주 편하다. 우리 집은 운동으로 닌텐도 스위치의 링 피트 어드벤처를 아주 잘 활용하고 있는데 기존의 프로젝터를 사용할 때는 화면 정면에서 게임을 할 수가 없었다. 스크린을 몸으로 가려버리니까. 그래서 항상 비스듬하게 보면서 게임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어느 위치에서 하던 아무 상관이 없다. 이게 생각한 것보다 꽤 만족도를 높여주는 요인이었다.
3. 손쉬운 대화면 구현
- 프로젝터라면 모든 프로젝터가 대화면을 구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 그렇지가 않다. 일반 프로젝터는 제품마다 100인치를 투사할 수 있는 거리가 스펙으로 나온다. 근데 이게 천차만별이다. 짧은 건 2미터 남짓에서도 100인치 구현이 가능하지만 보통 3미터는 예상을 해야 한다. 근데 이게 또 렌즈부터 스크린까지 거리기 때문에 실제 방 길이에서 프로젝터 길이를 빼고 계산해야 한다. 그래서 방 크기에 따라 사용하고 싶은 제품을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100인치 스크린을 사용하고, 무조건 프로젝터를 뒷벽에 설치를 해야 하는데 방 길이는 4미터고, 프로젝터의 100인치 투사 거리가 2.5미터라고 하면 설치할 수 있는 위치에서는 무조건 100인치 이상 화면만 투사할 수 있다. 물론 렌즈 줌 기능으로 어느 정도 조절은 가능하지만 그런 기능이 없는 프로젝터도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이 상당히 까다로운 부분이다. 하지만 초단초점 프로젝터의 경우 그냥 원하는 화면 크기에 맞게 프로젝터를 벽에서 띄워주기만 하면 된다. 이때 벽에서 띄우는 거리가 HU85LA가 가장 짧았다. 지금 삼성은 어느 정도 되는지는 모르겠는데 내가 구입할 당시에는 뷰소닉, 엡손 등의 경쟁 기기보다 압도적으로 짧았다. 이게 길면 길어질수록 프로젝터가 벽에서 방 한가운데로 점점 밀려 나오게 되니까. 그래서 슬라이드 방식으로 된 거실장을 쓰거나 직접 만들거나 하시는 분도 있다. 이번에 삼성과 리바트가 콜라보한 프로젝터 전용 거실장이 이런 형태로 되어 있다. 암튼 이것도 벽에서 띄워야 한다는 부분이 문제가 될 수는 있지만 일반 프로젝터에 비하면 이건 애교 수준이다. 그마저도 HU85LA는 상당히 준수한 편이고, 125인치 사용에 맞춰서 거실장을 직접 설계하고 만들어서 사용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 벽에서 튀어나오는 거리는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였다.
4. 웹OS
- 우리 집은 쉴드TV를 별도로 사용하고 있고, 이걸로 넷플릭스랑 유튜브를 보기 때문에 아주 큰 장점으로 다가오진 않지만 프로젝터에 설치된 WebOS에 기본적으로 넷플릭스랑 유튜브가 설치되어 있고, 티빙, 왓챠, 쿠팡 플레이도 설치가 되기 때문에 별도의 스트리밍 기기가 없더라도 자체적으로 영상 시청이 가능하다. 추가적인 기기를 위한 비용을 지출하지 않아도 되고, UI도 직관적이라 사용이 편리하다.
2. 단점
1. 극악의 설치 난이도
- 초단초점 프로젝터는 극도로 가까운 지점에서 영상을 투사하기 때문에 아주 살짝만 건드려도 화면이 틀어진다. 특히나 보통 선반 위나 천정에 설치해서 한 번 설치하면 건드릴 일이 없는 일반 프로젝터와는 달리 초단초점 프로젝터는 바닥에 설치되고, 생활공간이랑 근접해 있기 때문에 건드리기가 아주 쉽다. 근데 이렇게 살짝만 건드려도 화면이 틀어지는 데다가 애초에 처음 설치할 때도 난이도가 극악이다. 스크린 네 모서리에 화면을 맞추기 위해서는 높이도 맞아야 되고, 벽이랑 프로젝터 사이의 거리도 맞아야 되고,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 벽이란 게 생각보다 완벽하게 수직을 이룬 집이 많지 않다. 우리 집도 그렇고. 그래서 화면을 맞추기 위해 프로젝터의 다리 높이를 통해서 틀어지지 않게 조절해야 하는데 조절하기 위해서 프로젝터를 들어 올리면 계속 화면이 틀어지기 때문에 진짜 사람 성격 버리게 만든다. 물론 나는 셀프로 했고, 업체를 통해 전문가에게 맡기는 방법도 있다. 그런데 이건 비용도 많이 들뿐더러 업체에서도 이만하면 충분히 맞추었다는 식으로 설치해줬다는 후기도 많이 보여서 업체만 믿고 맡기기에도 쉬운 일이 아니다.
2. 가격
- 400만 원이 넘는 가격. 기본적으로 프로젝터라는 제품군 자체가 가격이 비싸다. 예전보다는 많이 저렴해진 편이고, 실제 사용하는 화면의 크기를 고려하면 사실 가성비가 좋다고 할 수도 있지
만(100인치 넘어가는 TV는 일단 천만 원부터 시작이니까…) 어쨌든 상당히 비싼 가격이다. 더 낮은 사양의 초단초점 프로젝터는 가격이 훨씬 싸긴 하지만 4K를 지원하면서 내가 원하는 요구사항을 다 맞추려면 사실 대안이 없었다.
3. 살짝 애매한 성능
- 사실 이 제품 살 가격으로 일반 프로젝터를 사면 훨씬 까진 아니지만 그래도 꽤나 고사양의 제품을 살 수 있다. 성능을 따진다면 이 제품은 가성비가 아주 안 좋은 제품이 맞다. 다만 이런 고사양의 제품일수록 그 성능을 다 뽑아내기 위해서는 환경을 훨씬 더 깐깐하게 받쳐줘야 하는 반면 HU85LA는 적당한 환경에서도 준수한 성능을 발휘한다는 차이점은 있다. 하지만 반대로 이 가격이면 85인치 TV도 충분히 살 수 있는 가격인데 HU85LA가 밝은 환경에서도 시청이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위에 사진처럼 완전히 어두운 장면은 시청이 어려운 게 사실이다. 같은 장면에서 주변 환경에 따라 영상이 완전히 달라진다. 사실 TV였다면 애초에 신경도 안 써도 되는 부분이다. 사용은 프로젝터치고는 캐주얼하게 할 수 있는데 가격이 캐주얼하지 않다 보니 가성비 면에서 약간 포지션이 애매한 제품이 되었다.
4. 시력보호 기능 없음
- 장점으로 뽑은 투사 방식이 단점이기도 하다. 바닥에 설치가 되기 때문에 오히려 보려고 치면 접근성이 더 좋다. 특히나 빛 나오고 이런 거에 호기심을 갖는 아이에게는 거의 불 속으로 뛰어드는 나방 수준이다. 애들은 100이면 100 저 불빛 쳐다보러 간다. 그래서 우리 집도 유아용 가드로 프로젝터 주변을 막아서 아이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해놓고 쓰고 있다. LG의 아주 초기 초단초점 프로젝터였던 헥토라는 모델에는 투사 위치 근처에 물건이 감지되면 자동으로 덮개가 덮여서 이런 일들을 미연에 방지해줬다고 하는데 오히려 신형인 HU85LA에서는 해당 기능이 빠졌다. 심지어 렌즈를 덮는 덮개조차 없어서 먼지를 그냥 맨몸으로 다 받는다. 그래서 보통 초단초점 프로젝터 쓰시는 분들은 아크릴 재단해서 덮개를 만들어서 쓴다. 나도 그렇게 사용 중이고, LG는 먼지는 화질에 영향이 없기 때문에 먼지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얘기하는데 개소리다. 먼지 심하게 쌓이기 시작하면 눈에 띄게 화질 안 좋아진다. 먼지 때문에 화면이 산란되는 게 보인다. 본인들이 테스트하면서 이런 사항을 모르지 않았을 텐데 아주 아쉬운 점이다. 참고로 AS기사를 부른 적이 있어서 해당 기능이 왜 빠졌는지 물어봤는데 이게 고장이 아주 잘 났다고 한다. 헥토 AS 접수 이유 거의 탑이었다고. 그래서 아예 빼버렸다고 한다. 아니 이놈들아…그러면 개선을 해야지 그냥 빼버려?
5. 설치 저항감
- 이건 이 제품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프로젝터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겪는 문제인데 스크린 설치의 문제다. 나야 내무부장관님께서도 워낙에 영화를 좋아하셔서 아무런 문제 없이 흔쾌히 거실 한복판에 액자형 스크린으로 설치해서 사용하고 있지만 보통 영화에 큰 관심이 없는 가족이 있는 집에서는 상당한 저항에 부딪히게 된다. 일단 일반 프로젝터의 경우 천정에 달거나 벽에 달거나 무조건 못을 박아야 하는데서 오는 문제. 스크린을 사용할 경우 전면에 스크린을 달아야 하는 문제. 게다가 액자형일 경우 상시 노출이 되기 때문에 인테리어를 해치는 문제까지 겹쳐지면서 한마디로 집안이 어수선해진다는 이유로 반대에 많이 부딪힌다. 특히나 초단초점 프로젝터의 경우 위에 이야기했듯이 살짝만 건드려도 화면이 틀어지기 때문에 전동형이나 수동형 같이 롤스크린을 사용할 수가 없다. 살짝만 화면이 흔들려도 화면이 심하게 틀어지는데 여름에 에어컨이나 선풍기 틀어놨을 경우에는 아예 사용이 불가한 수준이다. 그래서 초단초점 프로젝터가 특히 전용 스크린을 써야 하고 그게 다 액자형이다. 그래도 최근에 나온 액자형 스크린은 엣지가 상당히 얇아져서 그냥 언뜻 보면 대형 TV같이 보이기 때문에 그나마 좀 다행이긴 한데 그래도 쉽지 않긴 마찬가지다.
3. 마무리
지금 생각나는 장, 단점은 이 정도인 거 같다.
단점도 장점 못지않게 꽤나 치명적인 부분이긴 한데 초반에 극복해야 할 문제만 넘기고 나면 실사용에서는 큰 문제가 되진 않는다. 대신 조금 관리를 신경 쓰긴 해야 한다. 하지만 장점은 정말 삶의 질을 엄청나게 올려준다. 장점, 단점 모두 비슷하게 언급하긴 했지만 점수로 비교해보자면 장점이 100점이면, 단점은 20점 정도? 게다가 우리는 이번에 아예 5.1.4 채널로 천정에까지 스피커를 매립해서 홈시어터 시스템을 구축해놨기 때문에 사운드까지 받쳐주니 영상을 보는 재미가 극대화되는 부분도 있다. 코로나에 육아까지 겹친 것도 한 몫하긴 하지만 이렇게 시스템을 갖추고 난 뒤에는 극장 갈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영화가 아이맥스로 개봉하면 무조건 아이맥스관에서 봐야지 직성이 풀리던 나였는데 말이다. 신작을 바로 못 보는 게 좀 아쉬울 뿐.
프로젝터라는 제품 자체가 누구에게나 쉽사리 권할 만한 물건이 아니긴 하다. 특수한 사용환경, 설치조건, 가격 등등. 하지만 프로젝터에 관심이 있고, 나처럼 특수한 조건을 맞춰야 하는 분이라면 이 제품을 추천드리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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