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꼭 맞는 키보드를 찾아 떠났던 여정들.
진짜 진짜 키보드 많이 사시는 분들에 비하면 새발의 피 수준도 안 될 정도로,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이지만 뭐 하나 살 때마다 최선의 선택을 하겠노라 하고 고민 고민하는 저에게는 즐거우면서도 힘든 과정들이었습니다.
그간 거쳐온 키보드를 나열해보자면
- 필코 마제스터치2 풀 배열 갈축
- 애플 매직키보드2
- 애플 맥북프로 본체 키보드
- 로지텍 K380
- 해피해킹 Type-S
- 키크론 K6
한 손에 꼽을 정도는 아니지만 열 손가락 안으로는 셀 수 있을 정도네요.
하나하나 다 좋은 키보드들임에는 이견이 없습니다만 그때그때 제 상황에는 점차 안 맞으면서 다음 키보드로 넘어가게 되었네요.
하나씩 히스토리를 이야기해봐도 좋겠지만 오늘의 주인공은 키크론 K6니까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1. 키크론 K6 왜 샀나?
- 바로 직전에 썼던 해피해킹 Type-S의 경우 너무너무 재밌는 타건감을 가지고 있어서 목적 없이 타이핑만 해도 즐거운 그런 키보드였습니다. 그래서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집, 회사 모두 키보드를 많이 쓰는 저로서는 들고 다니기는 너무 번거롭고, 그렇다고 집하고 회사하고 다른 키보드 환경에서 매번 바꿔 적응하며 쓰기도 싫어서 두 대나 질렀던 녀석이죠. 하지만 1년 정도 쓰고 나니 손가락이 너무 아파오기 시작합니다. 원래 무접점 키보드의 경우 오랫동안 사용하거나 오랫동안 사용 안 하거나(?)하면 경화가 온다고 해요. 오랜 기간 주기적으로 자주 사용하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핵심 재질인 실리콘 패드가 딱딱해지기 시작하는 것이고, 반대로 오랫동안 사용을 안 하면 그냥 그대로 굳어서 경화가 된다고 합니다. 한 마디로 경화를 피할 수 없는 제품인데 그래도 매일매일 자주 사용하면 그렇게 심각할 정도로 빠르게 경화가 오지 않는다는 게 중론입니다. 6-7년 동안 매일같이 썼는데 경화 못 느낀다는 분들도 상당히 많거든요. 다만 이상하게 제가 사용한 제품은 1년 만에 경화를 의심할 정도로 키압이 높아졌어요. 이게 혼자 그렇게 느끼는 건지 제품이 정말 이상한지는 주변에 해피해킹을 쓰는 분이 하나도 없고, 타건샵에도 해피해킹은 없어서 비교를 해볼 수가 없었지만 타건샵에서 똑같은 토프레 무접점 키보드인 레오폴드 무접점 키보드를 쳐보니 일단은 제 손가락이 문제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것도 키압이 높게 느껴졌거든요. 그래서 그 때부터는 무조건 낮은 키압, 낮은 키압만 고집했습니다. 몇 가지 후보가 있었지만 그 타건샵에서 제가 딱! 정말 딱! 원하던 키압을 찾았는데 그게 키크론 K6 적축이었어요. 기계식은 체리식 스위치 밖에 안 써봤는데 게이트론 적축을 사용한 키크론 K6는 부드러우면서도 또 너무 키압이 낮아서 스치기만 해도 입력이 될 정도는 아니었어요. 같은 적축이더라도 저한테는 체리식 적축이 조금 더 무겁게 느껴지더라구요. 무접점이랑 비슷한 느낌을 낸다는 저소음 적축은 오히려 일반 적축보다 키압이 높아서 바로 패스했습니다. 결국 다른 대안을 더 찾아볼 것도 없이 마음에 쏙 들어서 키크론 K6를 구입하게 되었어요.
2. 키크론 K6 장점
- 키크론 K6를 사서 7개월간 써보니 아주 괜찮은 키보드입니다. 물론 키보드라는 게 개인 취향이 굉장히 심하게 갈리는 곳이라 마음에 안 드는 분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주 만족하면서 썼어요.
- 무선으로 3개의 기기까지 페어링이 되기 때문에 윈도우 데스크탑, 맥미니, 맥북프로를 사용하는 저에게는 한 대의 키보드로 모두 사용할 수 있어서 너무 편하고 좋았습니다. 기존에 쓰던 유선으로는 매번 기기에서 코드를 뽑아서 바꿔가며 써야 해서 굉장히 불편했거든요. 사실 그냥 바꿔 쓰는 걸 포기할 정도였죠. 하지만 키크론 K6는 3대까지 멀티페어링이 지원돼서 이 점이 참 좋았어요.
- White LED, RGB LED 이렇게 두 버전으로 나뉘는데 제가 구입한 제품은 RGB 제품이에요. 원래 시야에 들어오는 곳에 뭐가 번쩍거리는 거 아주 싫어해서 공유기 불빛도 다 막아놓는 스타일입니다. 그래서 RGB 제품이 별로 끌리지 않았어요. 잘 쓰시는 분들이 신기하더라고요. 정신 사납지 않나? 그런데 그래도 한 번쯤은 써보고 싶더라고요. 많은 사람들이 쓰는 이유가 있겠지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White LED 제품이랑 만 원밖에 차이가 안 나서 이 기회에 써봤는데 아주 좋아요 ㅎㅎㅎ 이 좋은 걸 왜 안 썼지 싶네요. 당연히 일하면서 타이핑만 할 때는 잘 모릅니다. 모니터 보며 일하니 보일 수가 없죠. 그런데 한 번씩 쉬면서 키보드 보거나 일하려고 딱 자리에 앉을 때 보면 거기서 오는 무언가 심리적 만족감? 이쁜 거 쓰는데서 오는 만족감? 같은 게 느껴집니다. 앞으로도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RGB 제품을 살 거 같아요.
- 미니 배열이 아주 편합니다. 넘버 패드가 중요한 분들에게는 단점이 되겠지만 이미 해피해킹으로 미니배열에 익숙해진 저로서는 아주 편하게 느껴져요. 미니배열 익숙해지기 시작하면 풀 배열이 너무 광활해서 쓸 수가 없어지거든요. 마우스 가지러 가는 길이 너무 멉니다. 그런데 또 너무 미니미니 하기만 하면 불편하기도 해요. 해피해킹의 경우 방향키가 펑션키를 누르고 써야 하기 때문에 방향키를 자주 쓰면 펑션키를 계속해서 누르고 있어야 되고, 그 때문에 펑션 키를 누르는 손가락에 부하가 누적됩니다. 그런데 키크론 K6는 미니 배열이지만 방향키도 존재하기 때문에 위에 말한 문제는 없었습니다. 미니배열이지만 있을 건 있는 절충안 같은 키보드였어요.
- 최근에는 다른 제품들의 가격대가 어떻게 되는지 제가 잘 모르지만 구입 당시에는 상당히 저렴했습니다. 무선에 멀티페어링이 지원되면서 RGB도 있고, 만듦새도 괜찮은 키보드를 찾는다고 했을 때 키크론을 대체할 수 있는 키보드는 별로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가격대가 아주 저렴했죠.
3. 키크론 K6 단점
- 그렇다고 완전무결하고 단점도 없는 절대 무적 키보드는 아니겠죠.
- 배터리 시간이 너무 짧습니다. 이건 RGB LED를 쓰는 무선 키보드에서는 사실 숙명과도 같은 문제이긴 한데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충전을 해줘야 합니다. 그러다가 깜빡하고 완전 방전이 되면 유선으로 연결해서 쓰면 되는데 이게 또 잘 안 되는 경우가 있어서 결국 충전이 어느 정도 될 때까지 사용을 못하는 경우가 생기더라고요. 이 부분은 AS를 받아야 되는 문제 같기도 한데 뭐 또 사용을 아예 못할 정도는 아니라서 그냥 쓰고는 있습니다만 아무튼 배터리 시간은 좀 짧은 편입니다.
- 키캡이 ABS라 좀 아쉽습니다. 가격이 있으니 뭐 많은 걸 바라면 안 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ABS 키캡을 아주 싫어해서 이 점은 좀 큰 단점이었어요. ABS 키캡이 좀 쓰다 보면 손가락에 기름기 같은 게 계속 느껴져서 자주 손을 씻으러 가야 되는데 이게 또 씻고 온다고 해결이 되는 것도 아닌 지라 이 점은 아쉬웠습니다. 최근에 처음으로 키캡 놀이를 하면서 PBT 키캡을 꼈는데 타건감도 달라지고 소리도 정갈해지는 느낌이라 새로 산 키보드처럼 아주 만족스럽게 사용하고 있는데요. LED, 하우징, 핫스왑 등이 옵션으로 선택 가능한 거처럼 키캡도 별도 구매가 아니라 처음부터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으면 더 좋을 거 같네요.
- RGB 밝기가 좀 약합니다. RAZER나 로지텍 제품 등은 일렉트로 마트 같은 매장에서 구경해보면 그 매장의 조명에서도 RGB 백라이트가 잘 보이더라고요. 하지만 키크론 K6의 조명은 밝으면 그냥 거의 안 보입니다. 어느 정도 어둑한 환경이 되어야 아주 잘 보이게 되는 지라 이 점은 좀 많이 아쉽게 느껴집니다. 그렇다고 배터리가 오래가는 것도 아닌 상황이라 더 아쉽게 느껴지네요.
4. 마무리
- 7개월 동안 써본 바로는 참 좋은 키보드라고 생각이 듭니다. 무선이 필요하면서 휴대성으로 작은 크기를 원하는데 거기다가 RGB 백라이트까지 있으면 좋겠다!라는 제품을 찾고 계신다면 키크론 K6를 저는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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