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달 정도 손목 터널 증후군으로 상당한 고생을 했다.
손목이 저리고, 손가락 마디마디도 아프고, 팔에 있는 인대까지 저려오기 시작하면서 마우스만 잡아도 통증이 심해서 일도 못하고, 밤에 잠도 잘 못잤다. 한의원도 다녔고, 파라핀 마사지기 사서 매일 마사지도 하면서 좀 나아지긴 했지만 조금만 무리하면 통증이 고대로 다시 돌아왔고, 이 와중에도 일은 일대로 해야 되기 때문에 내 몸을 덜 고생시킬 장비들을 찾기 시작했다.
마우스로 시작해서 키보드, 모션데스크, 의자까지 매일이 제품 검색과 후기 검색의 나날이었다.
키보드를 알아보기로 마음 먹고 처음에는 단순히 로지텍의 K860이나 마이크로 소프트의 어고노믹 키보드 마우스 세트를 알아봤다.
첫번째 후보, 마이크로소프트 스컬프트 어고노믹 데스크탑 키보드+마우스 세트
특히 마이크로소프트의 어고노믹 키보드 마우스 세트는 버티컬 마우스를 알아보는 중에 항상 언급이 되는 MS 어고노믹 스컬프트 마우스가 포함되어 있고, 키보드도 넘버패드가 별도로 나뉘어져 있어서, 기존에 미니배열인 키크론 K6를 쓰는 내 입장에서는 제일 마음에 들었다.
문제는 내구성.
하나같이 이 세트의 단점으로 손꼽히는게 내구성이다.
마우스의 내구성이 극악이라 1년, 길어야 2년 안에 거의 무조건 고장이 난다. 나는 고장 안나고 3-4년을 잘 쓰고 있다는 후기를 한 명도 못봤다. 그나마 MS의 AS가 묻지마 교환이라 보통 이렇게 교환해가면서 쓰다가 워런티 기간이 끝나면 새로 사서 벌써 3-4개째라는 후기가 많다. 그 모양으로 내구성이 엉망인데도 굳이 구형인 이 제품을 반복해서 계속 산다는 건 역설적으로 그만큼 제품 자체는 좋다는 뜻이 될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로 꼽히는 단점. USB수신기. 키보드와 마우스, 넘버패드 이 세가지가 하나의 USB수신기를 통해 연결되는데 이 수신기가 없으면 제품을 아예 못쓴다. 블루투스도 지원하지 않고, 수신기를 별도로 살 수도 없다. 하나의 수신기가 키보드랑 마우스, 넘버패드랑 고정으로 설정되어 있는 탓에 다른 수신기를 구해도 쓸 수가 없다. 그래서 이 세트를 쓰다가 마우스가 고장나도 제품 세개를 다 보내야 된다. 그리고 전체 새제품이 온다;;; 마우스만 고장나도 키보드도 같이 못 쓰게 된다. 게다가 셋 중 하나라도 분실하면 그날로 AS는 안녕이다.
난 집에서는 맥미니와 윈도우용 데스크탑 컴퓨터를 쓰고 있고, 회사에서는 맥북프로를 쓰고 있는데 재택근무를 할 때는 맥북프로를 가져와서 일하기 때문에 세 대의 연결이 필요한 상황도 종종 생기는 터라 연결성에 대한 문제는 나에게 꽤 큰 이슈이다. 왜냐하면 이 세트를 살 경우 컴퓨터를 바꿔 쓸 때마다 수신기를 뽑아서 바꿔 꽂아가며 써야하기 때문이다. 물론 USB스위치 같은 걸 사서 해결할 수는 있지만 이미 내구성 이슈까지 있고, 원래 쓰던 것도 아니고 새로 사는 물건을 뭔가 극복해서 쓸 각오까지하면서 사고 싶진 않았다.
다만, 키보드, 마우스, 분리형 넘버패드까지 다 합친 가격이 10만원 초반대이란 점에서 가성비가 매우 좋다. 그리고 제품 자체는 이제 다른 제품을 못 쓰겠다고 단종될까봐 쟁여놓는 사용자도 많을 만큼 검증이 된 제품이니 가성비와 성능을 동시에 챙기고 싶은 분께는 추천하고 싶다.
두 번째 후보, 로지텍 ERGO K860
그 다음 후보인 로지텍 K860. 로지텍에서 나온 인체공학 키보드로 키감도 평이 좋았고, 기성 키보드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네거티브 틸트를 사용할 수 있어서 매우 끌렸지만 이 제품의 치명적인 문제. 풀배열.ㅠㅠ 예전에 풀배열 예찬론자였던 나지만 해피해킹을 쓴 뒤로 다시는 풀배열을 쓸 수 없는 몸이 되어 버렸다.
풀배열 쓸 때는 넘버패드도 없고 저 불편한 텐키리스(미니배열도 아니고 텐키리스…)를 어떻게 써?! 했지만 해피해킹을 쓴 뒤로 오랜만에 풀배열을 써보니 오른손으로 마우스 가지러 가는 길이 구만리다. 그 느낌을 느껴본 뒤로 풀배열은 쳐다도 안보고 있다. 그래서 해피해킹 처분하면서 고른 것도 미니배열인 키크론 K6였다. 이젠 텐키리스조차도 크게 느껴지더라. 이런 상황에서 로지텍 K860은 살 엄두가 안났다.
그래도 풀배열이 좋은 분께는 좋은 선택이 될 거 같다. 전반적인 평의 느낌이 MS 스컬프트 어고노믹 키보드보다 만듦새가 좋고, 키감도 좋은데다가 네거티브 틸트 방식이 손목에 아주 편해서 추천하는 분들도 많기 때문에 풀배열에 대한 거부감만 없다면 추천할 수 있는 제품이다.
근데 그럼 난 도대체 어째야 하는 것인가?
인체공학적인 키보드 배열을 사용할 수 있으면서 미니배열에 준하는 키보드를 쓸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분리형 키보드였다.
분리형은 좌우가 나뉘어져 있어 팔을 원하는 대로 벌려서 쓸 수 있기 때문에 좁은 키보드를 치기 위해 어깨를 과도하게 말고 키보드를 쓸 필요가 없다. 개인적으로 현대인의 고질병으로 꼽히는 라운드 숄더엠 이 좁은 키보드도 한몫 한다고 생각한다. 풀배열이건 미니배열이건 텐키리스건 실제 키보드 치는 영역의 크기는 배열에 따라 더 작아지면 작아졌지 더 커지진 않기 때문이다. 덩치가 클 수록 더 어깨를 말고서 써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분리형 키보드는 이런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아주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고른 제품은...
세 번째 후보, 문랜더 Mk-1
인체공학 키보드를 찾다가 가끔 보고 있는 노마드코더라는 유튜버가 구매했다고 올린 영상을 보고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분리형 키보드에는 방식도 여러가지가 있는데 먼저 일반 키보드랑 동일한 배열인데 가운데가 쪼개진 방식으로 기성 제품으로는 UHK, Dygma raise, Mistel MD시리즈가 있다. 그리고 윗열과 아랫열이 엇갈려 있는 일반적인 키보드와는 달리 세로열이 일자로 되어 있는 방식으로 보통 오쏘 배열이라고 부르는 방식이 있는데 기성제품으로는 어고독스 시리즈, 그리고 내가 써본 문랜더 Mk-1 정도가 있다. 그리고 기성품이 아닌 공제나 DIY로 만드는 오픈소스 형태의 제품이 있는데 Lily58 Pro, Corne, Sofle, Kyria, GergoMax 등등 이건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종류가 많다.
이런 제품들의 문제는 일반적으로 써볼 수가 없다는 것이다. 기성품으로 나와있는 제품들은 대부분 직구를 하더라도 배송비, 관세까지하면 대부분 4-50만원 이상이 들고, 오픈소스형태의 제품은 DIY Kit을 구매하면 배송비까지 해서 20만원 안에 해결은 되지만 납땜을 직접해야 하고, 납땜을 의뢰해서 반조립 상태로 받을 경우에는 거의 30만원 가까이 금액이 나온다. 써보지도 못해서 적응이 될지 어떨지 감조차 안오는 데 큰 비용을 투자하기 어려워 고민이 깊어가던 그때 문랜더를 대여해서 써봤다는 내용들이 여기저기서 보였다. 그래서 정보를 뒤진 끝에 스페시픽(www.specipick.com)이란 사이트에서 문랜더를 대여해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4박 5일에 16,900원이라는 금액으로 대여할 수가 있었다.
이 키보드를 써본 소감은 '아주 편하면서, 아주 편하지는 않다.'이다. 이런 극단적인 소감이 공존하는 이유는
1. 키배열 적응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ㅠ키
- 정석으로 키보드 타이핑을 배운 사람들은 괜찮다고 하는데 대부분의 후기를 보면 많은 사람들이 b는 왼손으로 ㅠ는 오른손으로 친다. 하지만 분리형 키보드는 ㅠ가 왼쪽에 있다. 처음 쳐봤을 때는 의식하고 쳐서 그런지 생각보다 그렇게 어색하지 않은데? 했지만 글을 쓰고 무의식 중에 빠르게 타이핑 하다보니 우투브, 컴푸터라고 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건 일반키보드를 분리형으로 나눈 형태나 오쏘배열의 분리형 키보드나 모두 마찬가지의 문제이다. 가끔 왼쪽에도 오른쪽에도 모두 b키가 달려있는 키보드들도 있지만 기성품은 거의 없다시피하고, 커스텀에서도 좀처럼 보이지 않는 방식이다. 그도 그럴게 영어 기준에서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고, 오로지 한글에서만 문제가 되기 때문에 한국에서 커스텀 키보드를 설계한 방식이 아닌 이상에야 없을 만도 하다. 이건 진짜 그냥 열심히 적응하는 수 밖에 없다.
2. 오쏘 배열
- ㅠ키의 적응만도 꽤 어색할 텐데 오쏘 배열은 전체 키의 배열이 바뀌다 보니 자꾸 다른 키를 치게 된다. 사실 다른 키들은 생각보다 이질감을 거의 못느끼고 쓰고 있는데 맨 아래쪽 키들이 문제다. ㅌ을 치려고 했는데 ㅊ를 치고 있고, ㅍ을 치려고 했는데 ㅠ를 치고 있고, 거의 한칸씩 밀린 수준이다. 키 사이를 치는 것도 아니고 거의 정확히 기존의 위치를 때렸는데 다른 키가 찍히는 거다. 다행히 이 부분은 며칠 써보니 완벽하진 않지만 조금씩 적응을 해나가고 있다. 하지만 이 배열에 적응하지 못해서 처분했거나 구석에 쳐박혀있다는 후기도 많기 때문에 쉽게 써볼 수 없는 배열인 만큼 선뜻 구매를 결정하기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된다.
3. 텐팅이 생각보다 편하지 않다.
- 일반적으로 인체공학 키보드라고 하면 가운데가 벌어져 있고, 가운데가 솟아있는 형태를 볼 수 있는데 이렇게 안쪽이 올라가는 각도 조절을 텐팅이라고 하더라. 나도 생소한 용어라 처음에는 틸팅의 오타인 줄 알았다. 문랜더가 이 텐팅을 지원하는데 딱 처음에 썼을 때는 손목의 각도가 덜 돌아가서 손목이 편한 느낌이 든다. 근데 다음에 쓸 버티컬 마우스 후기에서도 언급하겠지만 이렇게 각도가 서니까 양손날에 부하가 걸린다. 손목은 편해졌지만 반대급부로 손날에 모든 힘이 쏠리는 느낌. 그래서 번갈아가면서 써봤지만 나에겐 오히려 그냥 바닥에 붙게 한 상태에서 키보드 사이 거리를 벌리는게 더 편하게 느껴졌다. 이건 개인의 몸에 따라 맞추는 부분이기 때문에 제품의 단점이라기 보다는 나에겐 맞지 않았다. 조절을 할 수 없는 거보단 선택지가 있으니 오히려 장점이긴 하지만 이게 손목 건강에 엄청난 역할을 할 거라고 기대하면 안된다.
4. 엄지 키의 문제
- 앞서 말한 텐팅을 할 때 키보드의 아래쪽은 별도의 다리가 있는 위쪽과 달리 엄지키 영역이 다리 역할까지 함께 하고 있다. 이렇게 꺾일 수 있는 구조로 분리가 되면서 구조적으로 어쩔 수 없이 엄지키의 거리가 좀 멀어질 수 밖에 없는데 그 때문에 엄지 손가락을 과도하게 벌려야 해서 이 키들을 자주 활용 하다보면 다른 부위에서 새로운 통증이 생기기 시작했다;;;; 커스텀으로 키를 모두 셋팅할 수 있기 때문에 이건 수정해서 쓰면 되지만 디폴트 설정이 여기에 스페이스, 백스페이스, 엔터 키가 들어 있어서 처음에 기본값으로 테스트할 때는 상당히 불편했다. 엄지 키를 모두 사용하기 위해서는 엄지를 점점 더 벌리면서 사용해야하는 구조이고, 위쪽의 빨간색 키는 키보드에서 손을 떼지 않은 상태에서는 누르기 상당히 힘들다. 어떻게든 누르려고 하면 아래 키와 같이 눌리기 일쑤다. 그래서 더더욱 구분감을 주기 위해서 오목하게 크게 표시한 거 같은데 애초에 손가락이 잘 닿지 않으니 큰 의미가 없다. 다만 애초에 텐팅을 하고 사용하는 것을 전제로 한 제품인 것인지 텐팅을 한 상태에서는 바닥에 놓고 쓸 때보다 엄지 키의 거리가 좀 줄어들어서 어느 정도 사용가능한 범위에 들어오기도 한다. 하지만 그래도 역시나 손이 작은 사람한테는 여전히 머나먼 거리임에는 변함이 없다.
5. 통울림
- 내가 기존에 사용하던 키크론K6도 어느 정도 통울림이 있었지만 장패드 위에 올려두고 사용하면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이다. 이게 스위치축 문제인지 문랜더 자체의 문제인지는 모르겠는데 키 하나하나 칠 때마다 탱탱탱탱 거린다. 일하면서 사용하기에는 심하게 거슬릴 정도. 아마 내가 이 제품을 구입해서 쓰는 상황이었다면 무조건 스위치를 교체를 하던지 내 인생에서 단 한번도 고려해보지 않았던 윤활에 도전했을 지도 모를 정도다. 이건 키보드의 완성도 면에서 꽤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30만원이 한참 넘는 제품인데 이런 싼티나는 통울림은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여기까지 보면 뭐 이건 쓰레기에 돈 값 못하는, 절대 구입해서는 안될 제품으로 보인다. 그럼 장점도 없는 제품인 것인가?
1. 손이 편하다.
- 이 키보드를 수령하기 전에 회사에서 쓰고 있는 키보드까지 가져와서 두 대의 키보드로 분리형 키보드 처럼 써봤다. 두 대다보니 앞서 말한 ㅠ키의 문제는 느낄 수 없었고, 기존이랑 배열이 동일해서 따로 적응할 필요도 없었다. 어깨를 말고 타이핑을 하지 않아도 되서 이렇게만 써도 상당히 편하긴 했는데 문제는 키보드가 두 대라 자리도 엄청 차지하고 키보드 간격을 벌릴 수는 있는데 더 좁힐 수는 없었다. 너무 벌어져서 그런지 오래 타이핑하자 이번에는 어깨가 아파오기 시작했다.(몸에 정상인 부분이 없나보다…) 그런데 문랜더를 써보니 자유롭게 키보드 사이 거리를 조절할 수 있어서 정말 편했다. 어깨의 통증도 사라졌고, 키보드를 쓰면서 오는 통증은 거의 없어졌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 그리고 다시 원래처럼 키보드 한 대로 타이핑을 해봤다. 이젠 이게 어색하다;;; 거의 30년 가까이 아무 문제없이 써왔던 이 키보드의 크기가 10일 남짓만에 갑자기 유아용 키보드가 된 것 같다. 난 당연하게 내가 원래 올려놓던 위치에 손을 올려놨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막상 보니 거의 두칸 정도를 오른쪽에 올려놓고 있었고, 제대로 다시 자세를 잡으니 당연했던 그 자세가 너무나도 좁게 느껴지고 답답하게 느껴진다. 위에 여러 단점들을 나열했지만 엄지키를 제외하고는 사실 다 적응의 문제고, 제일 핵심인 손목의 통증을 줄여줄 수 있느냐의 관점에서 이 장점 하나만으로 이미 위의 단점들을 모조리 다 씹어먹는다.
2. 커스텀
- 앞서 말한 구조적인 문제로 다른 통증을 유발하는 것은 큰 문제였지만 이 키보드는 모든 키를 완벽하게 자신의 입맛에 맞게 커스텀할 수 있다. 이건 문랜더 만의 장점은 아니고 QMK펌웨어를 사용하는 모든 커스텀 키보드에서 가능한 기능이다. 암튼 이렇게 내 입맛대로 바꿀 수 있기 때문에 평소에 내가 불편했던 부분들을 수정해서 사용할 수 있다. 해피해킹을 쓰면서부터 화살표 키는 모두 펑션키 조합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이렇게 사용하면 키보드를 한 번 손에 올린 뒤에는 키보드에서 손을 뗄 필요가 없다. 이게 뭐? 할 수 있지만 여기에 적응되면 키보드에서 손을 자주 떼는 행위가 얼마나 번거롭고 불편한 지 알게 된다. 그 뿐만 아니라 마우스도 키보드로 조작할 수 있는 마우스키를 지원하기 때문에 마우스조차 조작하지 않고 쓸 수 있다. 이건 커서 조작 속도 문제 때문에 아직까진 아주 편한 느낌까진 아닌데 좀 더 세밀하게 맞추면 꽤 쓸만할 거 같다. 포토샵이나 아주 정밀한 조작은 당연히 마우스로 하겠지만 일반적인 웹서핑 정도는 마우스 없이 사용할 수 있을 거 같다. 특히 지금 내가 마우스 사용에 따른 손가락 통증 중 가장 큰 비중이 클릭한 상태로 드래그하는 작업인데 키보드에 마우스키를 설정하면 키보드로 왼쪽 클릭을 한 상태로 마우스는 움직이기만 하면 된다. 손가락의 부담을 상당히 줄여줄 거라 생각한다. 거기다가 키를 얼마나 오래 누르냐에 따라서 같은 키에 다른 조작을 설정할 수 있어서 이것도 꽤 편하다. 개인적으로 같은 키에 두 가지 이상의 기능을 부여하는 것은 UX적으로 최악이라고 생각하고 개발하는 사람이지만 이 기능은 생각보다 상당히 편했다. 보통 복붙할 때 컨트롤 키를 꽤 누르고 있기 되기 때문에 이런 방식이 가능하다. 오작동도 거의 없고. 그래서 풀배열 키보드보다 키가 현저히 적지만 불편한 느낌이 없다. 그리고 키의 조합 뿐만 아니라 레이어 기능도 지원하기 때문에 키보드의 레이어를 바꾸면 전혀 다른 키보드로 사용할 수 있다. 넘버패드가 없는 키보드지만 다른 레이어에 키보드를 넘버패드처럼 설정한다면 펑션키 조합없이도 그냥 넘버패드 쓰듯이 쓸 수 있다. 이 외에도 자기가 창의력을 발휘하면 할 수록 다양한 방식으로 키보드를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내가 사용하기 최적의 최고의 상태로 설정해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은 정말 강력한 장점이라고 생각된다.
3. 휴대성
- 제품을 구입하면 파우치도 함께 주고, 팜레스트를 접으면 사이즈가 반으로 줄어든다. 그리고 제품 자체도 상당히 가벼운 편이라 휴대성을 장점으로 뽑는 사람들도 꽤 된다. 이번에 키보드를 구입하면 회사, 집 두 대를 구입할 여건은 안되서 휴대를 하고 다녀야 되는 상황인데 그런 면에서 이건 나에게도 장점으로 느껴졌다.
4. 다른 사람은 쓸 수 없다.
- 이런 방식의 키보드 뿐만 아니라 해피해킹도 그렇고, 이 키보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키보드를 쓸 수가 없다. 배열도 배열이고, 커스터마이징을 하면 더더욱 심해지는데 여기에 한글은 세벌식, 영어는 콜맥이나, 드보락 방식을 써버리면 아마 전세계에서 내 키보드를 바로 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다. 이건 남이 내 물건 만지는 걸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극도의 장점이 될 수 있으나 가족이 같이 컴퓨터를 쓰는 상황에서는 가족들의 따뜻한 사랑(?)을 한 몸에 받게 될 수 있으니 이런 경우는 가족용 키보드를 별도로 구비해두자.
그래서 최종적인 나의 결론은?
DIY킷 구입이다. 인체공학 키보드 구입을 고려하고부터 거의 3주 가까이 흐른 거 같고, 어제까지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 일단 문랜더는 엄지키 문제 때문에 체험으로 만족하기로 했고, 일반 배열의 분리형 키보드인 Dygma raise와도 고민을 많이 했는데 오쏘 배열도 어느새 적응이 되어 가고 있고, 당장 체감은 안되지만 오쏘 배열이 손가락 건강에는 더 좋다고 하니 평생 컴퓨터로 먹고 살아야 하는 내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손을 아껴줄 수 있는 방식을 선택하기로 했다. 그래서 다양한 오픈소스 키보드 중에서 Lily58 Pro와 Corne, Sofle을 두고 엄청 고민을 많이 했지만 결국 숫자키배열이 하나 더 있는 Lily58 Pro를 주문했다. 원래는 지금쯤 도착을 해서 쓰고 있어야 하는데 지금 판매자와 DHL 사이에 뭔가 꼬였는지 내 물건이 어딨는지 아무도 모른다.....그래도 다음주에는 오겠지 ㅠㅠ
모든 사람이 분리형까지 살 필요는 없다. 사실 여기까지 가면 키보드로 밥 벌어먹는 개발자 중에서도 유별나다고 할 정도다. 나 같은 경우 급격하게 손 건강이 안좋아져서 극단적으로 간 것이고, 대부분의 사람이 MS나 로지텍 키보드 정도면 충분히 손목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손목 통증으로 고통 받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참고가 되었으면 한다.
여담으로 사실 문랜더도 써보고 버티컬 마우스도 써봤지만 손이 가장 편해진 것은….의자 높이 조절이었다…
기존 의자의 실린더가 고장나서 의자가 너무 낮아진 상태에서 높은 책상 위에 있는, 그것도 가뜩이나 키보드 높이도 높은 키크론 키보드를 사용하고, 잦은 마우스의 사용으로 꺾인 상태의 손목을 너무 많이 사용해서 그런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집에 있는 일반 의자에 방석을 잔뜩 깔고서 사용하고, 모니터의 높이를 그에 맞춰서 높이자 통증이 상당히 줄어들었다. 약간 어이없는 결과이기도 하고, 졸지에 키보드, 마우스 교체 다 때려치고 모션데스크부터 살까 했지만 그럼에도 내가 키보드를 바꾸는 이유는 이젠 또 이게 너무 편하고 사람의 몸은 소모품이라 의자 높이를 맞춰도 언젠가는 키보드, 마우스로 인한 통증이 결국에 올거라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아껴 사용하기 위해 바꾸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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