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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들

나에게 맞는 기계식 키보드 스위치를 찾아서(Akko 리니어 시리즈를 다 써봤다)

by 훅이야 2021. 12. 15.

국내에서는 많이 생소한 브랜드인 Akko라는 회사의 스위치 중에서 기본 리니어 라인을 모두 구매해서 써봤습니다.

빈티지 화이트, 로즈 레드, 말차 그린, 라디언트 레드. 국내에서는 해당 스위치에 대한 후기를 그다지 찾아볼 수 없어 Akko 스위치에 호기심이 생기신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기계식 스위치에 관심은 많지만 수집을 한다던가 엄청나게 다양한 키보드를 접해봤다던가 하는 수준도 아니고, 일반적인 사용자 수준이기 때문에 스펙적인 내용을 분석하기보다는 실제 손에 느껴지는 느낌에 대해서 주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Akko 스위치 패키지 (빈티지 화이트, 로즈 레드, 라디언트 레드, 말차 그린)
Akko 스위치 패키지 (빈티지 화이트, 로즈 레드, 라디언트 레드, 말차 그린)

1.  Akko? 왜 갑자기 Akko?

저도 기계식 스위치하면 체리, 게이트론, 카일, 오테뮤 정도만 들어본 정도고, 그마저도 실제로 보유하고 써본 것은 체리 갈축과 게이트론 적축 정도였습니다. 핫스왑 키보드를 써본 적이 없기 때문에 특별히 스위치에 별도로 더 관심을 가질 일이 없었지만 이번에 Lily58 Pro를 사면서 스위치에 대한 고민을 안 할 수 없게 됐고, 스위치 종류가 정말 많다고는 들었지만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습니다. 그중에서도 실제로 쳐보지도 못한 스위치를 고르는 일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그래도 유튜버 타건 영상을 계속 뒤져보면서 처음으로 고른 것은 게이트론 저소음 갈축이었습니다. 90개들이 한 팩을 구입했는데 58 키인 Lily58 pro 두 대를 채우려니 모자라서 원래는 더 구입을 하려고 했습니다만 뭔가 하나만 고집하긴 아쉬워서 더 알아보기 시작합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어떤 유튜버가 Akko Demon이라는 스위치를 리뷰한 것을 보았습니다. 소리도 그렇고 스위치도 이쁜데, Akko? 첨 들어보는데? 검색해보니 생각보다 해외에서는 좀 알려진 브랜드이고, 평도 좋은 거 같더라고요.  때마침 중국 광군절을 맞아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할인해서 판매 중이었고, 45개들이 1박스를 10달러 정도에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스펙 표만 봐서는 뭐가 나한테 맞는 건지도 모르겠고, 게이트론 적축을 써보고 나니 리니어를 사긴 사야 할 거 같은데 키압 표기만으로는 감도 안옵니다. 기본 스위치 라인에서도 리니어 종류만 4개나 됐습니다. 그래서 결국 '네가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준비해봤어'를 시전 합니다. 빈티지 화이트, 로즈 레드, 말차 그린, 라디언트 레드. 평소 같으면 고르고 골라서 하나만 주문했겠지만 뭐에 홀린 건지 국내에서 리뷰도 얼마 없는 브랜드의 스위치를 무턱대고 주문해버립니다.

Akko 스위치 패키지 내부
패키지 내부. 스위치가 정말 이쁩니다. 왼쪽 아래 갈색은 게이트론 저소음 갈축입니다.

2.  각 스위치들에 대한 느낌

각 스위치들을 기간을 좀 나눠서 여러 번 테스트를 했습니다. 대략적으로 구분해서 1차, 2차 등으로 나눴는데요. 같은 기간에 테스트한 것을 의미하진 않습니다. 최대한 테스트하는 당시의 느낌을 살려서 기록하고 싶어서 이렇게 나눴는데요. 그래서 각 스위치마다 시점이 조금은 안 맞을 수 있는 점 미리 양해 바랍니다.

 

1. 게이트론 저소음 갈축

- 1차 테스트

무접점과 비슷한 키감. 게이트론 저소음 갈축(이하 게저갈)에 대한 후기에 이런 이야기가 꽤 빈번하게 거론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무접점이랑 비슷한 기계식 스위치가 있을까요?라는 질문 글에도 게저갈이 추천되는 것도 자주 보였고요. 저도 그런 후기들을 보고 알아보기 시작했으니까요. 제가 직접 사용해 본 무접점은 해피해킹 프로 Type-S인데요. 실제로 게저갈을 받아서 쳐보니 아~ 무슨 의미로 그런 얘기를 했는지 알 거 같은 느낌입니다. 타건감은 너무 재밌고 좋았지만 키압이 높아 손가락이 점점 아파져서 방출했던 해피해킹의 순한 맛 같은 느낌입니다. 키압이 높지 않아서 손가락에 부담이 적으면서도 갈축과는 다른 느낌을 줍니다. 갈축의 짤깍 거리는 부분이 저소음 기능으로 인해 무접점 특유의 타건음과 비슷한 느낌을 내고, 또 그 지점에서의 키감이 무접점의 탄력과도 비슷한 느낌을 내줍니다. 하지만 비슷하다이지 정말 너무 똑같다거나 싱크로율 90% 이상! 을 기대한다면 실망하실 수 있습니다.

 

소음은 이번에 사용해 본 스위치들 중에서는 가장 적은데요. 다만 저는 윤활은 따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모든 스위치를 순정 상태로 사용했는데 게저갈의 경우 서걱이는 소리가 좀 큰 편입니다. 처음에는 이거 때문에 좀 많이 당황했어요. 유튜브로 본 타건 영상에서는 정말 무접점이랑 거의 똑같다고 느껴질 정도였는데 실제로는 서걱이는 소리가 꽤 크더라고요. 약간 사과를 강판에 가는 듯한? 모래가 갈리는 듯한? 오묘한 느낌을 줘서 첫 타건시에는 좀 실망이 컸습니다. 그런데 또 이게 계속 쓰다 보니 이것만의 느낌이 있고, 무엇보다 손가락에 부담이 안 가는 게 가장 중요한 저에게는 적절한 반발력과 적절한 키압으로 쓸수록 만족도가 올라가는 그런 스위치였습니다.

 

- 2차 테스트

맨 처음에 게저갈을 설치해서 사용하다가 Akko 스위치가 도착하면서 Akko 스위치를 한동안 설치해서 사용을 했고, 그 뒤에 게저갈을 다시 설치해서 비교해봤습니다. 역시 오랜만에 다시 쳐보니 저마다 다른 느낌이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경쾌한 느낌을 줬던 Akko 스위치와 달라 게저갈 특유의 서걱임이 다시 불만족스럽게 다가옵니다. 하지만 이거야 처음에도 불만이었다가 적응한 부분이라 그러려니 합니다. 키압은 여전히 부담스럽지 않게 적당한 반발력과 타건감으로 만족스럽습니다. 여기에 윤활까지 하면 어떨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지만 이번에 키보드 바꾸면서 거의 두 달 가까이 이 문제를 붙잡고 있었던 터라 여기서 더 가면 안될 거 같아 이번엔 여기서 끝내기로 합니다.

게저갈 스펙을 찾아보면 어디는 입력압이 45g, 바닥압이 55g라고 하는 곳이 있고, 입력압만 표기되어 55g로 표기되는 곳도 있는데 아마도 전자가 맞는 거 같습니다. 게저갈과 다른 키보드를 계속 쳐보면서 조금 헷갈렸던 부분이 확실히 넌클릭이라 그런지 입력압이 걸리는 지점이 있는데 이 부분에서 키압이 조금 높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처음에 이거 때문에 라디언트 레드, 말차그린이랑 키압이 비슷한 거 아닌가 계속 헷갈렸습니다. 지금 분리형 키보드를 써서 한쪽은 게저갈, 반대쪽은 말차 그린, 라디언트 레드 이런 식으로 번갈아가면서 테스트했더니 제대로 된 양손 타이핑이 아니라 뭔가 키압이 비슷하게 느껴졌는데 아예 양손 다 같은 스위치로 세팅하고서 다시 테스트하니 확실하게 게저갈이 키압이 낮더라고요. 실제 스펙도 셋 중에서는 제일 낮기도 하고, 실제로 장문을 타이핑해보면 손에 걸리는 부하 자체가 다릅니다.

 

결국 키보드 두 대중 한 대는 게저갈로 확정하게 되었습니다.

 

2. 게이트론 적축

해피해킹 무접점으로 고통받던 제 손가락에 안식처가 되어줬던 스위치. 무조건 낮은 키압 낮은 키압만을 외치며 끝내 찾아냈던 스위치가 게이트론 적축이었습니다. 키압 하나로 정말 만족스럽게 썼던 스위치인데 게저갈 써보고, 오늘 AKKO 스위치들 싹 다 써보고 나서 오랜만에 다시 쳐보니까 적응이 안 되네요. 뭐랄까 키압이 심하게 너무 낮은 느낌;;;; 그렇게 맘에 들었던 키압이었는데 말이죠;;; 올해 초부터 아무 문제없이 아주 잘 쓰고 있었는데 이걸 어떻게 썼지? 싶은 느낌입니다. 

 

 

Akko 스위치 설치한 모습
Akko 스위치 설치 모습 (빈티지 화이트, 로즈 레드, 라디언트 레드, 말차 그린)

3. AKKO 라디언트 레드

-1차 테스트

원래 처음에는 빈티지 화이트, 로즈 레드, 말차 그린이 제일 궁금해서 이 세개만 두 세트씩 주문했다가 쿠폰 사용하려면 금액을 맞춰야 해서  임시로 하나 더 주문했던 스위치인데 정작 이게 제일 먼저 왔습니다. 나머지 세 개를 함께 주문했는데 로즈 레드가 품절이 나는 바람에 다른 스위치까지 묶여서 거의 일주일 가까이 밀려서 왔습니다. 받자마자 설치해서 써봤는데 일단 소리가 너무 좋습니다. 조약돌 굴러가는 소리가 바로 이런 느낌이구나 싶을 정도. 다만 키압은 살짝 높게 느껴지네요. 아주 살짝. 못 쓸 정도는 아니고요.

키압이 무조건 낮은 게 손가락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은 아니다는 얘기를 듣고(키압이 낮을수록 바닥판을 치게 될 확률이 높은데 이렇게 바닥을 때리는 게 손가락에 부담이 더 가기 때문이라고) 살짝 높은 키압도 주문해 본 거였는데요. 그래도 기존의 습관이 있는 데다가 워낙에 기존에 쓰던 게저갈이나 게적이 키압이 높지 않은 편이다 보니 그에 비해 살짝 부담은 느껴지는 정도이고, 좀 더 장시간 타이핑을 해봐야 그 느낌을 정확히 알 수 있을 거 같습니다.

 

 

- 2차 테스트

로즈 레드와 빈티지 화이트를 두 대의 키보드에 각각 설치하고 비교하며 사용하고 난 뒤 다음 타자로 다시 라디언트 레드를 쳐봤습니다. 며칠 동안 빈티지 화이트와 로즈 레드를 써보고 다시 라디언트 레드를 쳐보니 처음에 만족스러웠던 키감은 여전히 좋습니다. 그때는 단순히 타건음이 좋다는 느낌과 키압이 살짝 높다는 느낌만 받았는데 앞선 두 스위치를 써보고 다시 쳐보니 이건 빈티지 화이트의 높은 키압 버전이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빈티지 화이트를 타건했을 때의 그 특유의 반발력과 깔끔한 타건음이 있지만 빈티지 화이트보다는 확실하게 키압이 높구요. 그리고 미묘하게 빈티지 화이트보다는 반발력이 약합니다. 키압은 더 높지만 반발력은 더 낮은 느낌. 키압이 살짝 높다고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낮은 키압을 며칠 동안 쓰다가 써서 그런지 확실하게 더 높게 느껴집니다. 처음 타건했을 때 키압이 높게 느껴지지만 만족스러웠다는 평가가 좀 무색할 정도로 키압이 상당히 높게 느껴집니다. 이제 다음은 말차 그린인데 이건 뭐 안쳐봐도 될 정도가 아닐까 싶었어요.

 

참고로 라디언트 레드도 방출을 확정했습니다. 이것도 나름의 즐거운 타건 경험을 주기는 하지만 실사용을 목적으로 하니 높은 키압이 부담스럽게 느껴집니다. 

 

4. AKKO 말차 그린

- 1차 테스트

라디언트 레드와 마찬가지로 키압이 높은 게 손가락 건강에 더 낫다는 얘기를 듣고 체리 흑축 생각하며 질러본 스위치입니다. 라디언트 레드가 조약돌 굴러가는 소리였다면 이 스위치는 좀 더 정갈한 소리가 납니다. 뭔가 상당히 차분한 소리가 나는데 녹차 마시며 다도 하는 기분이 드네요. 다만 키압은 확실히 높습니다. 동일한 문장을 가지고 모든 스위치를 다 테스트해봤는데 이 스위치만 거의 유일하다시피 하게 반도 채 타이핑하기 전에 손에 피로가 몰려왔습니다. 제가 좀 빨리 쳐보려는 욕심 때문에 우다다다 쳐서 더 부하가 걸리게 만들기도 했지만 그래도 다른 스위치들도 비슷한 느낌으로 쳤으니까 말차 그린이 더 부담이 되는 건 맞는 것 같습니다. 일단은 더 쳐봐야 알 듯하지만 결국 방출할 거 같은 느낌이네요.

 

 

- 2차 테스트

모든 스위치를 다 쳐보고 나니 전체적인 윤곽이 드디어 느껴집니다. 말차 그린은 확실히 로즈 레드와 결을 같이하는 라인이고, 빈티지 화이트와 라디언트 레드가 결을 같이하는 라인이었습니다. 사실 스펙 표를 제대로 볼 줄 알면 알 수 있는 내용이기는 한데 저 같은 초보에게는 스펙표에서 말하는 게 뭘 의미하는 지 몰랐거든요. 다 쳐보고 나서 스펙표를 보니 이제야 그 내용들이 이해가 갑니다. 앞서 라디언트 레드를 쳐봤을 때까지만 해도 가장 키압이 높은 말차 그린(실은 라디언트 레드가 가장 높습니다. 이때까지는 잘못 알고 있었어요)은 뭐 안쳐봐도 방출각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쳐보니 그렇지 않았습니다. 왜 사람들이 흑축 흑축 하는지. 흑축이 손에 좋다라던가 통증이 줄었다는 얘기가 뭔지 어렴풋이나마 알 거 같았습니다. 제 기준으로 키압이 높은 것, 특히나 흑축 같은 스위치는 거의 손가락이 부러질게 자명한 그런 스위치였습니다. 기본적으로 타이핑을 좀 세게 하는 타입이기 때문에 거의 키보드 바닥을 때리면서 타이핑을 하게 되는데 이런 타이핑 방식이 손가락에 무리가 많이 간다고 하더라구요. 거기에 키압까지 높은 스위치이니 힘은 더 들어가고 결과적으로는 최악 + 최악이 만나는 격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하지만 오늘 말차 그린을 진득하니 쳐보고 나니 흑축이 좋다고, 키압이 높은 게 편하다고 하는 이유를 알 거 같습니다. 말차 그린을 원래 치던 대로 쎄게 타이핑하면 당연히 힘이 더 들어가야 되기 때문에 손에 무리가 오지만 힘을 완전히 빼고 구름 타법을 한다고 생각하면서 쳐보니 반대로 꽤 편하게 느껴졌습니다.

예를 들어 30 정도의 크기로 누르면 키가 입력되고, 60 정도의 힘으로 누르면 바닥까지 쳐진다고 했을 때 키압이 높으면 40 정도로 힘을 줬을 때 바닥을 치지 않으면서도 입력이 되지만 키압이 낮은 건 40 정도면 바닥을 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래서 키압이 낮으면 딱 키가 입력되면서도 바닥을 안 칠 정도의 힘을 조절하는데 힘이 더 들어가게 되고, 키압이 높으면 적은 힘으로도 입력이 되면서 바닥을 안치게 되기 때문에 키압이 높은 게 오히려 손 건강에 좋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계속 타이핑하다 보니 구름 타법에 익숙해지기만 하면 편하게 쓸 수 있을 거 같아서 끝까지 엄청 고민했습니다만 지금 팔이랑 손에 이미 통증이 있는 상태기 때문에 당장 사용하면 부하가 걸리는 말차 그린은 결국 방출하기로 했습니다.

 

5. AKKO 로즈 레드

- 1차 테스트

이게 품절이 나는 바람에 다른 거까지 밀리게 해서 저를 무지하게 애태운 스위치입니다. 설치해서 딱 치자마자. 아! 그래! 이거지! 싶었습니다. 적당한 키압으로 치자마자 너무 편했고, 이미 머릿속에선 그래! 너로 정했다!!!라는 포켓몬의 대사가 끊임없이 생각나는 키감이었습니다. 처음 게이트론 적축을 타건해 봤을 때와 비슷한 느낌의 전율을 느꼈는데, 실제로도 키압은 거의 비슷한 느낌이고, 게이트론 적축이 조금 자글자글 거린다고 해야 하나 스위치가 좀 흔들린달까 정돈되지 못한 듯한 소리가 난다면 이 스위치는 아주 딱 잘 잡힌 느낌이 듭니다. 잘 정돈된 느낌. 일단 전부 다 테스트해보느라 장시간 쳐보지 못했는데 좀 더 장시간 쳐보면 더 확실하게 확신이 들 거 같습니다.

 

 

- 2차 테스트

하루 더 회사에 가져와서 쳐보고 있는데 키압이 어제 느낀 거보다 심하게 더 낮게 느껴집니다. 일반적으로 뭔가 문서를 좌라라락 쓸 때는 편하기는 한데 일반적인 웹서핑이나 생각하면서 코드 칠 때는 뭔가 오타가 많은 느낌. 주르륵 칠 때는 손이 고정적인 자리에서 계속 치니까 그렇지만 코딩이나 웹서핑처럼 마우스 가지러 손이 왔다 갔다 하거나 모디 키 누르거나 하면서 손이 이동하면서 스치면 키가 눌립니다. 터치하면 눌리는 수준은 아니지만 그래도 좀 많이 불편하네요. 소리는 어제 느꼈던 거보다 훨씬 더 조용하고 정갈하게 느껴집니다. 제 방이 좀 울리는 편이고, 사무실은 트여있는 공간이라 아무래도 타건음이 좀 다르게 느껴지는 거 같습니다. 블로그 포스팅할 때는 치기 딱 좋을 거 같은 느낌인데 업무용으로는 이거보다는 게저갈이 좀 더 맞는 거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 3차 테스트

일단 현재 다른 키보드에 붙여놓은 빈티지 화이트랑 계속 번갈아가면서 써봤는데 여전히 키압이 처음 썼을 때보다 많이 낮게 느껴집니다. 키압이 너무 낮아서 미끄러지듯이 쳐지니까 빙판길 위에서는 힘을 더 주고 걸어야 안 넘어지듯이 손에 힘을 더 주고 쳐야 오타가 안 납니다. 진짜 생각이 막힘없이 나와서 타이핑도 주르르륵 가능할 때는 괜찮지만 그 생각에 브레이크가 걸리는 순간 손도 같이 멈추면서 바로 오타가 납니다. 그뿐만 아니라 키압이 너무 낮아서 손을 살짝만 올려놔도 입력이 되기 때문에 손을 항상 들고 있어야 해서 오는 피로도도 상당하고, 이 상태에서 또 원래 타이핑하듯이 세게 타이핑하면 그 힘 그대로 바닥판을 때리기 때문에 손가락에 무리가 가고, 그렇다고 구름 타법을 하자니 너무 구분감이 없어서 이게 쳐진 건지 안 쳐진 건지도 잘 구분이 안돼서, 이 힘 조절하는데도 힘이 많이 들어갑니다. 타건음도 마음에 들고, 정갈한 소리도 정말 마음에 들지만 저하고는 조금 궁합이 안맞는 느낌이네요. 제 손이 예전과는 또 상태가 많이 달라졌는지 요즘 거의 칠 일이 없었던 키크론 K6를 다시 쳐보니 이것도 키압이 무지하게 낮네요. 이 키압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두 대나 샀고 거의 1년 가까이 아주 잘 썼는데 한 달도 채 안되서 이렇게 되다니 사람 몸이 참 간사한 거 같습니다. 로즈 레드는 아쉽게도 처분 목록에 올라갔습니다.

 

6. AKKO 빈티지 화이트

- 1차 테스트

딱 치자마자 어???? 했던 스위치. 빈티지 화이트는 지금 제가 가지고 있는 스위치 중에 스펙상 키압이 가장 낮습니다. 그래서 거의 뭐 스치면 쳐질 줄 알았는데 이게 웬걸. 키압이 전혀 낮지 않네요. 그리고 모든 스위치 중에서 반발력은 또 가장 셉니다. 그렇다고 키압이 높은 거랑은 다른데 살짝 치니 눌려지긴 했는데 손가락을 들어 올리기도 전에 스위치가 손가락을 밀어 올리는 듯한 느낌입니다. 가장 이질적인 느낌을 내고 있는 스위치. 뭐랄까 쫀득쫀득한 느낌을 낸다는 게 가장 비슷한 표현일 거 같네요. 원래 계획은 일단 다 쳐보고, 힘이 약한 새끼손가락이 누르는 키나 자주 오래 누르고 있어야 하는 모디 키들은 이 녀석으로 설치할까 했었는데 안될 말입니다;;;;; 당황스러운 스위치네요;;;;

 

 

- 2차 테스트

집에서는 장시간 타이핑을 해볼 수가 없어서 로즈 레드와 마찬가지로 회사에 가져와서 쳐봤습니다. 어제 느꼈던 것보다 키압은 더 낮게 느껴지네요. 어제 피곤해서 손에 힘이 없었나? 그래도 여전히 쫀득거리는 키감은 확실하게 느껴집니다. 로즈 레드에 비하면 빈티지 화이트가 쫀득쫀득한 키감 때문인지 구분감이 확실하게 느껴집니다. 로즈 레드가 그냥 물 흐르듯 쳐진다면 이건 하나하나 구분감이 확실하게 느껴지고, 소음은 로즈 레드에 비하면 다소 있는 편이네요. 로즈 레드는 정갈하고 낮은 소리가 난다면 이건 무접점의 도각 도각까지도 아니고 조약돌 굴러가는 소리까지도 아닌데 유튜브 타건 영상에서 보던 윤활한 갈축 같은? 그런 느낌의 소리가 납니다. 그렇다고 시끄러운 소음은 아니고 기분 좋은 소린데 정갈한 느낌이고, 로즈 레드의 정갈함과는 다릅니다. 예상했던 아주 낮은 키압은 아니지만 쫀득쫀득한 것이 오히려 더 마음에 듭니다. 로즈 레드가 키압이 기존 게이트론 적축이랑 비슷할 거로 예상하고 샀고 빈티지 화이트는 그거보다 더 낮은 키압은 얼마나 낮을까 하는 궁금증에 주문한건데 막상 받아서 쳐보니 로즈 레드보다 더 낮았으면 이건 뭐 그냥 터치스크린에 타이핑 하는 수준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말차 그린은 뭔가 확실히 무겁다는 느낌 때문에 생각보다 좀 많이 안끌리는데 이건 그냥 하나 보관하고 있다가 쫀득쫀득한 키감이 그리워질 때 한 번씩 쓰고 싶은 느낌입니다. 만약에 제가 핫스왑 키보드가 한 대 더 있다면 거기다가 끼워놓고 번갈아가면서 쓰겠지만 지금은 두 대이기 때문에 하나는 게저갈, 하나 로즈 레드가 확실시 되고 있기 때문에 어쨋든 나머지 세 개는 포기해야 합니다. 어차피 게이트론 적축은 핫스왑이 아니라 키보드 처분하면 함께 안녕할 예정이고요.

 

 

- 3차 테스트

며칠 더 써보니 로즈 레드가 오히려 안녕이 되었고, 빈티지 화이트는 거의 확정에 올랐습니다. 이게 처음에는 뭔가 쫀득쫀득한 느낌의 타건감이라고 생각했는데 점점 쓸수록 쫀득쫀득보다는 통통 튀는 타건감이라고 하는 게 더 맞을 거 같습니다. 기분 좋은 반발력이 있어서 타이핑이 끝나고 손가락을 살짝 밀어주는 느낌 때문인지 손가락에 힘을 빼고 쳐도 키가 손가락을 알아서 올려준다고 해야 할까? 로즈 레드는 그렇게 손가락을 키 위에 얹고 있으면 눌리기 때문에 손가락을 들고 있어야 하지만 이건 누를 때는 쉽게 눌리지만 바로 튕겨 올라오기 때문에 손가락을 올려놓는다고 해서 타이핑이 되는 정도는 아닙니다. 그래서 손을 편하게 올려놓고 힘을 빼고 칠 수 있고, 구분감이 있어서 오타도 확연하게 줄어드네요. 분리형 키배열에 익숙해지기가 좀처럼 쉽지 않았는데 이제는 쓴 기간이 좀 되어가는 것도 있지만 빈티지 화이트로 계속 치다 보니 적응을 좀 더 빨리한 느낌입니다. 비교를 해봐야 되기 때문에 로즈 레드를 계속 써보려고 했지만 결국 계속 손이 가는 건 빈티지 화이트더라고요. 이제 다시 테스트해볼 스위치는 말차 그린이랑 라디언트 레드, 게저갈인데 일단 한 대는 빈티지 화이트가 거의 확정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3.  마무리

 

쭉 다 쳐보고 나니 스위치들의 키압 순서는 이렇습니다.

 

로즈 레드 < 게이트론 적축 <<<< 빈티지 화이트 << 게이트론 저소음 갈축 << 말차 그린 <= 라디언트 레드

 

로즈 레드가 압도적으로 키압이 낮고, 게이트론 적축이 그보다 살짝 높은 정도, 빈티지 화이트가 제 손에는 가장 알맞는 키압이었고, 그 다음 게이트론 저소음 갈축이었습니다. 말차 그린과 라디언트 레드는 거의 비슷하긴 한데 아무래도 라디언트 레드가 반발력이 좀 더 있어서 살짝 더 키압이 높게 느껴집니다. 다만 그 정도가 차이가 있긴 하다 정도고, 엄청난 차이는 아니었어요. 치다보면 어떨 때는 말차 그린이 더 높게 느껴질 때도 있을 정도니까요. 라디언트 레드와 말차그린과의 차이는 키압도 있지만 그보다 스프링의 차이가 큰 거 같습니다. 뒤늦게 스펙표를 보니 말차 그린과 로즈 레드가 짧은 스프링인 반면 라디언트 레드는 그보다는 조금 더 긴 중간 길이의 스프링입니다. 빈티지 화이트는 라디언트 레드보다 더 긴 스프링이구요. 그래서 빈티지 화이트가 키압은 낮으면서 반발력은 쌔서 통통튀는 느낌을 주는 거였네요. 유튜브 타건 영상 보면 윤활하면서 스프링도 교체하고 그러던데 스프링 차이까지 느낄 수 있나?하고 키압 정도만 신경 쓰고 있었는데 이번에 쳐보고 타건감에서 스프링이 차지하는 지분을 확실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짧은 스프링을 쓰는 로즈 레드와 말차 그린이 키압만 다를 뿐 같은 라인으로 느껴지는 거였고, 스프링이 긴게 들어간 빈티지 화이트와 라디언트 레드가 같은 라인으로 느껴진 거였네요. 

 

결국 최종 결정은 빈티지 화이트와 게이트론 저소음 갈축입니다. 마지막까지 말차 그린도 고민했지만 지금은 어쨌든 손 건강을 위해서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리 약하게 친다고 해도 어쨋든 무거운 건 무거웠습니다. 계속 치다 보니 결정장애가 와서 와이프에게 쳐보라고 했더니 말차 그린은 치자마자 어후… 무거워…라고 한 방에 종결을....

 

 

스펙을 대충 봐서… 아니 봐도 뭔지 모르니까 비슷비슷하겠지만 거기서도 제일 나랑 맞는 걸 고르겠다 해서 다 사봤는데 다 써보고 나니 하나하나가 왜 다른 제품군으로 나왔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너무나도 다른 스위치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빈티지 화이트가 역대급으로 마음에 들어서 이 제품을 강추하고 싶지만 Akko 사의 스위치 모두 상당히 괜찮은 품질을 가지고 있고, 포장부터 스위치 디자인까지 신경 쓴 게 확 눈에 띄는데 가격까지 저렴해서 많은 분들께 추천하고 싶은 제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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